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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앙일보연재;김은기의 바이오토크/(2)바이오 신약

[중앙SUNDAY 김은기의 '바이오 토크']<54> ‘이놈이 암세포’ 낙인 찍고 면역세포한테 끌고와 살해

by 바이오스토리 2018. 4. 2.

이놈이 암세포낙인 찍고 면역세포한테 끌고와 살해

:암세포 잡는 항체 표적치료제

 

 

우리 주변에서 세 사람 중 한 명은 평생 한 번 암에 걸린다. 국내 사망원인 1위가 암이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이 추세는 더 늘어날 것이다. 운이 나빠 암을 만난다면 치료과정이 몸에 힘들더라도 끝까지 견뎌서 암을 이겨내야 한다. 암 치료의 최대 고비는 항암제 치료 과정이다. 적색의 화학 항암제를 맞았던 필자의 지인은 지금도 적포도주를 못 마신다. 항암주사의 부작용이었던 당시의 구토와 현기증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항암제는 효능은 늘고 부작용은 감소했다. 특히 표적치료 항암제는 암세포라는 특정 타깃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재래 항암제보다 탈모·구토·빈혈이 훨씬 적어졌다. 최근 7년간 표적치료 항암제 사용비율은 2배 늘어 전체 항암제의 48%에 이른다. 또 일부 건강보험이 적용돼 표적치료제 사용 비용도 낮아지고 있다. 표적치료제를 제대로 알아보자.

 

 

 인체 면역을 모방한 항체치료제

 

201411월 미국 식품의약안전청(FDA)은 바이오제약회사 제넨텍의 항체치료제 가지바획기적인표적치료제로 사용을 승인했다. 획기적이라고 칭송했을까. 기존 항체는 인체 투입 후 목표 암세포에 달라붙어서 활동을 방해만 했다. 하지만 획기적항체치료제는 암세포에 달라붙은 후, 주위의 자연살해세포(NK세포)’들을 불러모아서 암세포를 한 방에 처치한다. 이제 항체는 암 치료의 핵심이 되고 있다. IT(정보통신)기술 시대에 스마트폰이 있다면 BT(생명공학기술) 시대에는 표적치료제가 있다. 표적치료제는 과연 만능일까. 어떤 방향으로 항체치료제는 진화할까.

 

 

인간 항체를 동물()세포에서 생산하는 바이오배양기.

 

 

표적치료제는 두 종류, 항체소분자 화학물질이다. 항체는 인체가 외부 침입자 모양에 따라 각기 달리 만들어내는 방어용 면역단백질이다. 반면 소분자 화학물질은 합성해서 만든다. 항체는 소분자 화학물질보다 수천 배 크다. 보잉747과 승용차의 크기만큼 차이가 난다. 큰 구조의 항체는 더 정교한 입체구조를 가질 수 있어서 더 정확하게 목표물질에 달라붙는다. 이러한 인간 항체를 동물()세포로 대량 생산한 것이 항체 표적치료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절제수술을 미리 한 것은 비정상 유전자 때문이다. , 유방암환자의 15~25%는 비정상유전자 때문에 세포표면의 수용체단백질(Her2)이 정상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성장신호(EGF)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받은 세포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라서 결국 암세포로 변한다. ‘허셉틴(유방암 항체 치료제)’은 수용체(Her2)에 달라붙은 뒤 세포의 성장신호를 차단시켜 암세포가 못 자라게 한다. 또 다른 악성종양 항체치료제인 아바스틴은 혈관을 만드는 신호물질(VEGF)에 달라붙어 차단한다. 만약 이 신호를 받으면 혈관세포는 새로 혈관을 만들어 암까지 연결케 한다. 암 덩어리에게 혈관은 영양분을 공급하는 생명줄이다.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암 덩어리에 혈관이 (crab)’의 다리처럼 붙어있는 것을 보고 crab과 같은 어원인 ‘cancer()’라고 표기했다. 혈관생성을 차단하는 항체치료제는 결국 암세포를 굶겨죽인다.

 

항체의 또 다른 기능은 암세포 표면에 달라붙어서 이놈이 암세포라는 표식을 하는 것이다. ‘Y’ 모양 항체의 두 팔에 해당되는 ‘V’ 부분(Fab)이 암세포에만 특별히 있는 표식에 달라붙는다. 그리고 ‘V’자 아래 부분 ‘I’에 해당하는 부분(Fc)이 근처의 면역세포에 달라붙어서 이놈이 암세포라고 알려준다. 면역 킬러세포는 항체가 붙들고 온 놈을 사정없이 녹여버린다. 항체 표적치료제의 또 다른 공격법은 크루즈 미사일이다. 즉 항체에 방사능 물질을 붙인다. 이 항체는 미사일처럼 암세포를 찾아가 달라붙은 뒤 방사능 물질을 암세포가 꿀꺽삼키게 한다. 덕분에 주위의 정상 세포는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허셉틴·아바스틴 등 이름도 생소한 암치료제를 의사로부터 듣게 되면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정확하게 어떤 기작의 항암제이고 부작용은 없는지, 얼마나 계속 사용해야 되는지 궁금한 것은 많지만 일일이 답변해주기에는 큰 병원의 의사는 너무 바쁘다.

 

표적치료제의 단점은 무엇일까. 표적치료제의 단점은 특정 물질이 있는 환자에만 효과가 있다. 또 상대적으로 적지만 물론 부작용이 있다. 또 다른 단점은 한 곳만을 타깃으로 하니 내성이 있는 암세포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단일 표적치료제보다는 칵테일로 여러 항암제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암세포도 변종이 생기며 교묘한 전략으로 살아남는다. 이처럼 갖가지 생존전략을 쓰는 암과의 전쟁에서 인류는 승리할 수 있을까.

 

암은 인류와 함께한 아주 오래된 병이다. BC 3000년 이집트의 파피루스 종이에도 유방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딱딱한 멍울이 만져지며 치료제가 없는 심각한 병이라고 기록돼 있다. 고대 이집트나 중국에서 사용된 치료법은 신기하게도 현대의 최첨단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 암 초기에는 녹차, 삶은 양배추로 다스리라고 했다. 암이 커지면 칼로 잘라내고 불로 지지라고 했다. 지금은 수술로 잘라내고 불 대신 방사선 치료로 남아있는 암세포들을 지지고있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그 옛날에도 화학항암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즉 비소나 수은·구리·철 등을 사용했다. 그 중에서 비소는 이집트 연고란 이름으로 19세기까지도 암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현재 미국에서 급성백혈병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항암제 중에는 비소화합물이 있다. 옛 사람들의 지혜를 현대 과학이 물려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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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의 암세포 파괴 과정 항체가 암세포의 표면(항원)에 달라붙음.?자연살해(NK)세포가 항체의 꼬리부분에?달라붙음. NK세포가 암세포 용해물질 주입.?암세포 사멸.

 

 

들어왔던 병원균 기억해 대량 생산

항체는 인간의 몸속에 원래부터 있었던 물질이다. 그런 항체가 항암제로 주목받는 이유는 항체가 바로 암세포를 죽이는 면역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항체는 외부침입 균이나 내부 암세포에 대해 우리 몸이 만드는 면역무기다. , 병원균의 침입을 피부나 점막이 1차로 방어하지만 이곳이 뚫리면 2차로 근접전을 한다. 대기 중인 백혈구나 식균세포 등이 외부침입자에 달라붙는 2차 근접전은 몸에 염증을 만든다.

 

 

혈액내의 면역 T 세포(주황). 붉은색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녹색은 혈액응고를 담당하는 혈소판.

 

여기에서도 병원균이 죽지않는다면 3차로 발동되는 것이 항체 면역이다. 먼저 항체가 만들어진다. 한번 왔던 놈이면 기억세포가 발동해서 짧은 시간 내에 항체를 다량 만든다. 처음 본 놈이어도 최소 한 달이면 만들어낸다. 항체 면역의 핵심은 기억이다. , 들어왔던 놈의 구조를 기억했다가 같은 놈이 들어오면 재빨리 항체를 만드는 것이다. 예방 백신도 면역의 이런 기억을 이용한다. , 죽은 병원균이나 약하게 만든 병원균, 아니면 껍질만을 주사해서 진짜 침입자가 들어온 것처럼 정밀하게 면역을 발동시키고 그 결과로 기억세포가 남는 것이다. 문제는 암환자의 경우 면역이 약해져 있어서 제대로 암세포를 공격 못한다는 것이다. 암환자의 약해진 면역 대신 항체를 다량 공급해서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것이 항체 항암치료다.

제넨텍이 개발한 획기적항체치료제는 몸 안의 자연살해세포(NK 세포)를 적극적으로 끌어당겨서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 인간 항체는 이런 공격 유도능력을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동물()세포로 실험실에서 생산한 인공항체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제넨텍 과학자들은 항체구조를 다시 디자인해서 공격유도능력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또 두 군데를 동시에 달라붙을 수 있는 더블 타깃항체는 암세포 부착효율이 높아졌다. 화학항암제를 붙인 항체도 개발됐다. 독성이 강해 쓸 수 없었던 화학항암제라도 항체에 붙이면 사용가능해진다. , 암세포에만 달라붙어서 소량으로도 효과를 보기 때문에 인체 사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항체와 다른 항암제를 칵테일처럼 혼합해서 쓰게 되면 효과도 높아지고 내성도 적어진다.

항체의 다른 응용분야는 자가면역 치료제다. 자가면역 질환은 1형 당뇨·천식·류마티스 관절염·궤양성 대장염 등으로 자기 세포에게 총질을 하는 것이다. 치료법은 총질하라는 신호물질(TNF-alpha)을 막는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항체치료제 매출 1위는 자가면역 치료제다.

 

 

허셉틴한 품목 연 55000억원 매출

 

항체치료제가 진화하면서 제약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세계제약 매출의 상위 10개 품목 중 7개가 항체치료제다. ‘허셉틴(유방암치료제)’ 한 품목만 연 55000억 원 매출이고 휴미라(류마티스 관절염)’ 항체치료제 하나가 118000억 원으로 국내 상위 20개 제약회사 총매출보다 훨씬 많다. , 제대로 된 항체치료제 하나만 만들어도 대박이 날만큼 항체는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까지 연구된 항체만도 수백 종류가 넘는다. 인간의 몸은 수십만 년 동안 외부 침입자와 싸워온 베테랑이다. 이 경험을 살려 내부 변절자인 암세포와도 싸워야 한다.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적이다. 인간 항체가 가지고 있는 싸움의 기술을 찾아내서 스마트항체 치료제로 만들어 내는 게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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