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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수필 모음, 출판도서 목록/(5)개인 발간수필모음

고교생의 진로를 찾아주자: 탐구 활동 (사이언스 챌린지)

by 바이오스토리 2025. 3. 25.

고등학생에게 대학입시는 그들의 진로이자 직업이자 꿈이다.  눈이 반짝반짝이는 고교생을 보는 건 신나는 일이다. 반면 모든 것이 귀챦고 오직 휴대폰에 머리 처박고 있는 청소년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지난 14년동안 고교 과학경진대회인 '한화사이언스 챌린지'에 운영위원,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많은 고교생을 만나니 조금씩 보인다, 그들의 희망 뒤에 숨어 있는 두려움들이. 그래, 희망을 가져보자. 그들이 한국의 미래다. 경제력 10위 대한민국에 노벨과학상은 우르르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고교생에게 '학생부 전형'이란 대입방식이 있다. '3년 동안 내 미래진로 분야를 이렇게 준비하고 확인했습니다"라고 대학입시 사정관에게 학생부기록을 보여준다. 학생부는 담당교과목 교사가 작성한다.학생부 기록중의 하나는 3년동안의 '탐구활동'이다. 탐구활동은 본인 미래 진로에 관련된 주제를 조사, 연구하는 내용이다. 이런 활동 내용이 고교경진대회에서 우수성을 인정받는다면, 이거야 말로 최상의 미래준비 활동이다. '한화사이언스 챌린지'도 그런 경진대회다. 경진대회의 속을 들여다보면 고교생들이 어떻게 탐구활동을 해야하고 이게 그들의 미래이자 직업이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댜. 이글은 사이언스 챌린지 14년을 요약하는글이다.    한화그룹 홈페이지 글은 전체 글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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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노벨상을 꿈꾸다한화사이언스챌린지의 14년 여정

                                                                                         김은기(인하대 공대 생명공학과 명예교수

 

목차

 요약문                                                                                                                         

비어 있는 노벨상 수상자의 자리, 그 주인공을 찾자                                                      

창의성은 어릴 때부터 키워야 한다.                                                                               

젊은 노벨상’ 후보를 키우자. 

                                                                            

창의성 검증이 가장 어려운 단계다.                                                               

23일의 본선 대회가 시작되다.                                                                            

본선 심사 방식이 색다르다.     

                                                                        

쇼케이스 발표 심사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시상식은 마음 졸이는 시간이다.                                                                             

고교생다운 창의성이 조금씩 퍼진다.                                                                  

대학 입시도 챌린지 대회처럼 창의인재를 뽑는다.                                                        

 

요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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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사이언스챌린지는 국내 최고의 고등학생 과학경진대회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인재 육성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창설, 2011년 처음 개최되었다. ‘한국의 젊은 노벨상’을 키운다는 목표 아래 창의적 과학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시작한 이 대회는 매년 개최되어 2025년, 14회를 맞이한다.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대한민국은 노벨평화상과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아직 없다. 노벨상의 절반이 과학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일본이 25명의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임에도 기초과학 분야에서 뒤처진 이유는 명확하다. 한가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고, 창의적인 두뇌를 키우는 교육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한화그룹이 앞장서서 과학 영재 육성하고 후원하는 고등학생 과학경진대회를 만들었다.

 

대회 운영위원들은 창의성이 무엇인지 고교생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심사 기준을 명확히 정했다.

고교생다운 창의성, 어른 흉내 내지 않는 연구’ 

연구의 완성도보다 아이디어의 독창성과 참신함을 중요하게 평가했고 창의성이 뛰어난 아이디어라면 실험이 미완성이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첫 대회에는 800팀 이상이 참여했으며, 대상을 차지한 아이디어는 트램펄린을 이용한 정수기였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 에너지를 이용해 정수기를 작동시키겠다는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일부는 의문을 가졌다. 연구가 완벽하지 않았고, 첨단 기술도 아니었으며, 수상팀이 과학고나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 재학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뒤, 하버드대 학생들이 ‘차고 놀면 발전되는 축구공’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창업해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현실화되는 것을 보고, 한화사이언스챌린지의 심사 기준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후 대회에서도 고교생다운 창의성, 어른 흉내 내지 않는 연구’ 심사 기준은 흔들림 없지 유지되었다. 2회 대회에서는 ‘새로운 방식의 풍력발전기’, 3회 대회에서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이용한 성장 촉진 연구’가 대상을 차지했다. 점점 과학고와 특목고에서도 ‘어른 흉내 내지 않는, 고교생다운 창의성’이 무엇인지 깨닫고 연구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한화사이언스챌린지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창의성이 전국 고등학교로 확산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박 3일간의 독특한 본선 심사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최종 20팀이 5분씩 발표하는 아이디어 발표, 4팀씩 모여 서로 질문하며 토론하는 심층 발표, 교수 및 연구원들과 직접 연구 내용을 검증하는 쇼케이스 발표 등은 여타 국내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적인 심사 방식이다.

 

 대회가 고교 과학교육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참가 학생들의 후기에서도 확인된다.

“다른 대회에서는 엉뚱한 소리 한다고 혼났는데, 사이언스 챌린지에서는 용기를 얻고 갑니다.”

지난 14년 동안 지켜온 ‘고교생다운 창의성’이라는 철학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젊은 노벨과학상’ 후보를 꾸준히 배출하는 것이 한화사이언스챌린지의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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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노벨상 수상자의 자리, 그 주인공을 찾자!

 한화사이언스챌린지 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화그룹 인재경영원 식당에서 이 대회에 참가한 고교생들을 만났다. 23일의 모든 발표 일정이 끝나고 내일 수상자가 발표된다홀가분해서 인지 표정들이 밝다.

“이 대회에 참가한 이유가 뭐 예요?”

내 질문에 서로를 쳐다보더니 여드름으로 콧잔등이 붉어진 한 남학생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1등 상금이 4천만원제일 많잖아요!

같이 있던 아이들이 킥킥거리자그는 한 마디를 더 보탠다.

그리고 잘하면 유럽 대학연구소 탐방도 시켜주고요난 사챌로 유럽 가보고 싶단 말이 에요.

‘사챌’이라는 줄임말이 있다는 걸 몇 년간 심사를 하면서도 처음 알았다. 심사위원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대화를 나누려니, 나 역시 그들의 언어에 맞춰야 했다. 

“그래사챌이 재미있기는 해?

“다른 대회보다는 훨씬 낫지요사챌은 결과보다는 아이디어 싸움이잖아요.”

내일 행운을 빈다.’는 말로 그 자리를 떠나며 홀로 중얼거린다.

그래사챌은 아이디어 싸움이지.

식당 건너편 잔디밭으로 걸어 나가는 그들을 바라본다언젠가 보았던 한 고등학교 정문에 있던 동상을 떠 오른다.

 친구들 중 한 명이 언젠가 그 동상의 주인공이 될까?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등학교 정문에는 이상한 구조물이 있다동상을 만들려는 듯 열 개 넘는 돌 받침대가 죽 늘어서 있는데 정작 받침대 주인공의 얼굴 모습은 없다동상을 앉힐 받침대 앞에는 이미 글씨가 새겨져 있다.

본교 출신 노벨상 수상자

노벨상 수상을 할 만한 고등학생을 키우겠다는 학교의 의지다노벨상 분야 중 절반은 과학(물리, 화학, 생리의학상) 분야다. 노벨과학상의 숫자가 그 나라의 과학 수준을 나타낸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가까운 일본은 2024년 현재 노벨상 수상자가 29명이고, 그중 25명이 과학 분야에서 수상했다. 반면 한국은 평화상과 문학상을 받았지만, 과학 분야에서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 노벨과학상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뜨끈뜨끈해진다한국의 현재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다그런데도 노벨과학상이 하나도 없다니 어찌 된 연유인가? 답은 간단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나라그건 한국이다. 60년대 아시아 최빈국에서 74년에는 세계 경제순위 30위가 되었다. 2000년대 이후 세계 10위권에 머무는 경제 대국이 되었다모두 죽어라 하고 노력한 결과다그렇다먹고 살기 위해 전 국민이 새벽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공장을 짓고 물건을 팔았다가히 한강의 기적 이라 불릴만하다그러나 우리는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공장을 세우고 물건을 생산하는 데 집중했을 뿐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챙겨보지 못했다. 1976년도 R&D 비율은 GDP 대비, 불과 0.4%였그 당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닌 기초과학에 돈을 쓰기 란 쉽지 않았다더구나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았던 7080 시절이다장기간의 기초연구에 돈을 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80년대 식물성장 호르몬을 연구하던 생물 기초분야의 한 선배교수가 한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큰 연구비를 바라는 게 아니야조금이라도 좋으니 장기간그래 최소 10년 정도는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어왜냐고내가 내년에 성장 호르몬’이란 제목으로 연구 제안서를 내면 여지없이 떨어질 거라고작년에 한 연구를 왜 올해 또 하냐는 거지연구 내용이 다른 데도 같은 테두리면 무조건 중복 연구라는 거야한 주제에 집중할 수 없는 연구 환경이야.’

 

맞다한 분야에 집중하도록 장기간 지원해 주는 것이 기초과학 발전의 필수다일본의 경우연구에도 장인정신이 따른다한 분야를 깊이오래 파고든다노벨과학상을 분석해 보면 최소 30년 이상한 우물을 파야 한다노벨상은 사과와 같다. 좋은 사과를 수확하려면 튼튼한 나무를 심고, 오랜 기간 정성껏 키워야 한다. 무엇보다 땅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토양이 튼튼해지도록 공을 들여야 나무가 제대로 자란다.

 

다행스럽게 이제 조금씩 국내 과학연구패턴이 변하고 있다장기간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10년짜리 연구단을 집중하여 지원한다이러한 장기 연구를 통해 과학자가 한 분야를 집중할 수 있다. 2024년 R&D 예산 비율이 GDP대비 무려 4.4%세계 두 번 째다늦었지만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이제 제대로 사과 과수원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거름도 충분히 확보해서 매년 땅을 기름지게 만들 수 있다그렇게 기다리면탐스러운 사과가 저절로 열릴까아니다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 좋은 사과 품종이 있어야 한

 

품종이 좋아야 나무가 쑥쑥 자라고 때가 되면 아이 머리통 만한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다좋은 품종이란 바로 창의성이다노벨상은 세상을 바꾼 발견을 한 과학자에게만 주어진다노벨상의 둘째 조건이 기초 과학 분야의 장기투자라면첫째 조건은 창의성 있는 두뇌다창의성이 노벨과학상의 핵심이란 이야기다창의성그건 대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키워야 할까?

 

창의성은 어릴 때부터 키워야 한다.

나는 고등학교 성적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평생 연구했습니다. 왜냐고요? ‘넌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한 과학 선생님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어때요? 제가 노벨상을 받았으니, 그 선생님 말씀은 틀렸던 거 아닐까요?

 

 말의 주인공은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존 거든이다. 그의 책상 위에는 고교 시절 과학 교사가 작성한 고교 성적표가 놓여있다 성적표에는 믿기 어려운 평가가 적혀 있다. 

 

"이 학생 과학성적은 모두 바닥권이다꼴찌다당연한 결과다그는 내가 말을 해도 듣지를 않는다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그런데도 그의 꿈이 과학자가 되는 거란 다그가 과학자가 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노벨상 수상자 존 거든의 고교 과학성적과 교사평가서)

 

 

결국 그 교사의 말은 완전히 빗나갔다과학성적이 꼴찌였던 그 고교생이 졸업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되었다그리고 과학계를 뒤흔들 혁신적인 연구를 했다. 바로 줄기세포의 끝판 왕인 역분화줄기세포[1]를 만든 거다 연구는 이후 복제 양 ‘돌리’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줄기세포 치료 기술을 활용해 시력을 되찾는 날도 머지않았다. 노벨과학상은 바로 이런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어릴 적 존 거든은 작은 곤충이 움직이는 모습만 봐도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특히 알에서 태어나 애벌레가 되고 이게 화려한 나비로 변신하는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렇게 호기심 많고 무언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그 아이가 고등학교에서 과학 선생과 부딪혔던 건 어찌 보면 예상했던 결과인지도 모른다당시 영국 고등학교 교사는 엄격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자기가 하고 싶은 실험을 해보겠다던 존 거든과 내가 가르치는 대로만 하라던 과학 교사두 사람 사이의 충돌은 당연하다당시 과학 교사가 한 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는 내 말을 듣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존 거든이 문제아였을까? 절대 아니다. 고교생 존 거든은 과학 교사가 상상하지 못할 창의성을 가지고 있던 천재다. 실제로 그의 창의성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꽃을 피운다. 개구리 A의 DNA를 꺼내서 다른 개구리 B 알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B의 알이 자라나서 올챙이 A가 되었다올챙이가 자라나 개구리가 되는 자연의 프로세스를 완벽하게 뒤집은 거다, 개구리의 시간을 돌려 올챙이로 만든 거다. 이것이야 말로 창의성의 정점이었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언제부터 길러지는 걸까? 답은 명확하다. 어릴 때부터 다. 두뇌가 어떤 지식을 어떤 패턴으로 이해하고 어떻게 저장하는가에 따라 사고회로가, 사고방식이 결정된다경직된정해진 답 만을 따르는 사고방식을 가질지, 아니면 열린 사고로 가능성을 탐구하는 두뇌를 가질지는 어린 시절에 결정된다그렇다노벨상이 나오려면 청소년 시절부터 머리가 말랑말랑하도록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그게 정확히 언제부터 인지는 잘 모른다하지만 이건 분명하다고등학교 시절 죽으라고 외우기만 한다면 그 고등학생의 성적은 1등일지는 모르지만그가 노벨상을 받을 확률은 바닥일 것이다

 

노벨 과학상의 핵심은 창의성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두뇌가 유연할 때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이것이 바로 국가와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젊은 노벨상 후보자들이 꾸준히 배출될 수 있도록 말이다노벨상의 새싹은 고등학교에서부터 다2010년, 과학 인재를 키울 중요한 기회가 찾아왔다. 한화그룹이 앞장서며 큰 무대를 마련한 것이다. 그 결과, 한화사이언스챌린지 경진대회가 탄생했다. 이제, 우리는 제대로 한 판 펼쳐볼 때다.

  

젊은 노벨상’ 후보를 키우자.

2010년,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생물공학회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한화그룹에서 ‘한국의 젊은 노벨상’이라는 이름으로 고등학생 과학경진대회를 준비 중인데, 이에 대해 생물공학회장이 참여해 운영 방안을 조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박승재 교수(서울대 물리교육학과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바이오(필자), 에너지(신경호 DGIST 연구부총장), 물(김승 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프론티어사업단 단장)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학교육에 관한 많은 연구와 경험을 가진 박승재 교수가 초대 운영위원장으로 내건 경진대회의 핵심은 아주 간단명료했다. ‘고교생다운 창의성 이었다.

고교생다운 창의성?’ 

처음 듣는 표현이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우리를 보며 위원장이 덧붙였다

어른들 흉내 내지 않는 연구’, 그제야 무슨 뜻인지 감이 왔다

그래맞다이거다.’

오랜 기간 선진국의 과학교육 현장을 경험해 본 위원장은 고교 과학경진대회의 핵심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당시 국내의 다른 고교 경진대회들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완성도 높은 연구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당시 다른 고교대회의 수상작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고등학생들이 정말 이런 연구를 직접 했을까? 이런 첨단 실험 기기들을 다룰 줄 안다고? 설마 이 장비들이 고등학교에 다 갖춰져 있다는 건가? 이 정도면 석사, 박사 논문 수준인데?

수상작들은 주제의 참신도 보다는 실험 내용의 완성도가 아주 높았다어려운 연구 내용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경우가 많았다위원장은 이러한 연구를 ‘어른 흉내 내기 연구’라고 불렀다

유명 대학 연구실에서 석·박사 연구를 돕다가, 일부 실험을 고교생이 참여한 것에 불과했다이런 연구는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전형적인 어른 흉내 내는 연구라는 거다

 

참가한 위원들은 대학과 연구소에서 30년 넘게 연구해 온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다. 무엇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이고 고교생이 어떤 자세로 탐구하고 실험해야 아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이번 대회는 국가기관이 아닌 한화그룹이 주도해 창의적인 미래 과학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젊은 노벨상을 만들겠다는 사회 공헌이다그럼당연히 큰 그림고교생의 최고 창의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최고의 창의성’, 그건 한 마디로 고교생다운 창의성이다간단한 단어지만 아주 중요한 심사 방향이다한화사이언스챌린지가 다른 대회와 확연히 다른 점이다이 심사 방향은 지난 14년간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이다.

 

심사 방향을 결정하고 이어서 대회 분야를 확정했다2010년, UN이 발표한 글로벌 과학기술의 핵심 방향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었다지구자원을 무분별하게 써버리지 않고 녹색성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한마디로 지쳐가는 지구를 살려야겠다는 말이다이에 맞춰 대회의 슬로건을 ‘Saving the Earth’로 정하고, 이 슬로건에 맞게 응모 분야[2]도 에너지바이오식량물로 정했다이들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가장 필수적인 과학 분야이기도 했다첨단 기술 중심의 상업적 연구보다는, 지구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둔 ‘따뜻한’ 미래 과학자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대회의 기본 방향과 슬로건응모 분야가 결정되었다이제 구체적인 진행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선진국의 과학경진대회를 많이 경험한 위원장의 아이디어들이 빛을 발했다하나하나가 모두 의미를 가지는 진행 방법이었다.

팀은 고교생 2명 이상과 과학 교사 1으로 구성되었개인이 아닌 팀으로 하자는 의견은 연구 현장에 있던 3명의 위원이 내놓았다. 두 사람이 함께하면 아이디어는 단순히 두 배가 아니라 세 배 이상 커진다다른 학생과의 의견 교환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활발하게 나오기 때문이다과학 교사가 필히 참가해야 하는 이유는 고등학교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위원장의 아이디어다과학 교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학생들이 수업과 시험 사이에서도 실험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또한 과학 교사에게 고교생다운 창의성을 제대로 가르치게 해야 한다는 목표다.

 

창의성 검증이 가장 어려운 단계다.

고교생이 낸 아이디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심사위원 중 한 교수가 질문을 던졌다일순간 모두가 조용해졌다아주 중요한 문제다,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였다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긴 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결론이 나왔다. SUN (Special, Unique, New)’ 즉, 특별하고, 독창적이며, 새로운 아이디어라면 우선 발전시킬 기회를 주기로 했다. 제안서를 접수하고 마지막 보고서를 제출할 때까지 넉 달의 준비기간이 있으니그사이에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걸 참여자가 보여주면 된다

 

날아가는 새를 보고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가 터무니없다며 버려졌다면, 오늘날의 비행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처음에는 황당해 보이는 아이디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발전하여 실용성을 갖추게 된다처음 들어본다고가능할지 모르겠다고그 아이디어를 버리는 건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대신, 고민할 시간을 주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창의성 교육이라는 위원장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실질적으로 창의성의 배점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1, 2차 예선결선의 창의성’ 배점을 60%로 올렸다, 아이디어가 신선하다면 연구의 완성도가 다소 부족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한화사이언스챌린지 개최 소식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공식 발표되었다.

 

(제1회 한화사이언스챌린지 개최 기사)

 

1차 예선은 학기가 시작되는 3 접수를 시작했다1등 상금 4천만원, 그리고 수상자에게 유럽 대학·연구소 탐방 기회제공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에 지원자가 몰려들었다.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868팀이 지원했다. 1차 예선심사로 100팀을 선발했다. 1차는 온라인으로 제출한 내용을 과학 교사들이 심사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선정한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우수 과학 교사들이다심사의 핵심 기준은 창의성이었다기존에 없던 새로운 발상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선발했다심사위원들은 제안된 주제와 유사한 논문이나 특허 자료를 공유하며 심사했다. 1차 심사위원들이 현직 과학 교사들이기 때문에 어떤 고등학교에서 무슨 연구를 해서 상을 받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다, 연구 주제의 참신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모든 제안서는 익명으로 처리되었다. 3명의 심사위원이 같은 제안서를 평가하니 어느 정도 객관성이 유지되었다참여 고교생들이 본인들 연구 주제의 참신성에 대해 스스로 검증하도록 했다, 유사한 연구는 어떤 것이 있었으며 앞선 연구와 무엇이 다른 지에 대한 평가를 제안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1차 예선 통과 100팀에서 본선에 진출한 20팀을 선발하는 2차 예선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발표였다.[3] 1차 예선팀을 선발 후 불과 한 달 뒤다이 기간에 탐구 결과를 보겠다는 것이 아니다아이디어의 참신성을 보다 면밀히 평가하기 위한 과정이었다서면으로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것보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제출한 주제의 창의성을 검증하는 것은 훨씬 효과적이다

 

본선에 진출할 20팀을 신중히 선발하는 것이 대회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과정이었다핵심은 창의성이다우선 2차 예선 심사위원들에게 고교생다운 창의성을 이해시켜야 했다분야별 심사위원들은 대학교수들과 한화그룹 박사급 수석연구원들이다이들은 최첨단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이들에게 고교생다운 창의성을 우선으로 평가해달라고 하자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그게 무슨 말인가라는 표정이다. 그러자 위원장은 칠판에 단 한 문장을 크게 적었다.

어른 흉내 내지 않는 연구

이 단어 한 마디에 모두 고개를 끄떡인다누구보다 현장에서 연구의 독창성에 목말라 하는 심사위원들이라 창의적 연구 필요성을 금방 이해했다이 단어는 이후에도 사이언스 챌린지의 철학을 쉽게 설명하는 명언으로 고교생교사그리고 심사위원 사이에 회자되었다.

 

2차 예선은 3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고교생 2명이 5분 발표, 10분 질문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참여자의 소속 고등학교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진행된다긴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참가자들은 준비한 내용을 막힘없이 설명해 나갔다그만큼 철저히 준비해 왔다는 증거였다심사위원들의 질문은 창의성을 검증하는 것이 주목적이다그들이 왜 이런 주제를 준비했는지를 물어보게 되면 제안한 주제가 나온 경위를 쉽게 유추할 수 있다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말을 더듬더듬하더라도 진솔성을 쉽게 알 수 있고청산유수처럼 발표를 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것인지 등이 금방 파악이 되니 말이다.

 

(2차 예선은 5분간 발표와 10분간 질의가 이루어진다.)

 

 

심사위원들에게 별도로 부탁한 것이 있었다참가자들은 고등학생들이다심사위원의 한 마디가 참가자들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 긍정적 발언칭찬을 적극 해달라고 했다 대회의 목표는 단순한 창의성 평가가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도 있다대회 후 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노력이 효과적이었음을 보여주었다.

다른 대회에서는 좌절을 경험했는데 사챌에서는 힘을 얻어 갑니다.

참가자들에게 창의성을 격려하고자 했던 최소한의 목표는 분명히 달성되었다운영위원 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갈 길이 멀었다이제, 본선이 시작된다. 그 무대는 경기도 가평이었다.

 

 

23일의 본선 대회가 시작되다.

, 이런 곳에서 며칠 머물 수 있다면 참 좋겠네요.

차에 함께 탄 동료 교수가 가평 한화 인재경영원의 정문을 지나며 감탄했다본선이 열리는 인재경영원은 가평의 깊은 계곡 속에 자리하고 있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멀리 웅장한 운악산이 눈에 들어온다인재경영원 건물들은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디자인 답게 건물의 콘크리트 질감이 자연 속에 그대로 녹아 든다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한화인재경영원에서 2박3일간의 본선 대회가 진행된다.)

 

연수원 1층은 분주한 분위기다. 전 도착한 고교생들과 인솔 교사들은 발표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교 수업과 과제 사이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발표까지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게다가 여러 사람 앞에서 구두 발표를 해야 하고, 직접 연구한 결과물도 설명해야 한다하지만 분주한 와중에도 학생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하다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20팀 안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성취다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대상, 금상, 은상을 수상할 수 있고, 그해 겨울 유럽 탐방의 기회도 주어진다해외의 선진 연구기관과 대학을 방문하며, 그곳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이공계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세계적인 연구자들 과의 만남은 큰 동기부여가 된다세계적인 대학과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과학자들은 학생들에게 완벽한 롤모델이 된다참가자들은 이 경험을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이라고 표현할 만큼, 이 여행은 ‘젊은 노벨상’의 꿈을 품게 만드는 소중한 기회다. ‘우리도 꼭 해외 탐방을 가보자!’ 바쁘게 발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다짐이 들려오는 듯하다.

 

(대회 은상 이상 수상자는 해외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본선 심사 방식이 색다르다.

고등학생 참가자 및 인솔 교사님들, 그리고 심사위원들께서는 본관 1층 대강당으로 모여주세요. 곧 본선 대회가 시작됩니다.

안내 방송이 울리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고교생들이 강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푸른색 상의 흰색 반바지를 입은 한 남학생에게 다가가 었다.'

“어때리니?

 양복 상의에 달린 ‘심사위원’ 명찰을 슬쩍 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럼요. 강당에 꽉 찬 사람들 앞에서 딱 5분 안에 발표해야 하잖아요. 몇 번, 아니 몇 십 번은 연습한 것 같은데도 여전히 떨려요.

괜찮아. 발표 때 조금 더듬거려도, 좋은 아이디어는 금방 눈에 띄기 마련이야.

내 격려에 학생이 밝게 웃었다

그렇죠? 사챌에서는 아이디어만 좋으면 다른 게 조금 부족해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던데정말 그렇죠?

참가 학생들이 이 대회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강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본선 1차 아이디어 발표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주제를 5분간 PPT로 발표한다 자리에서 20개 팀의 아이디어를 모두 접할 수 있는 기회다당연히 20개 아이디어 중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이어지는 심사위원들의 심층 심사(토론 발표)는 전문 분야 중심으로 진행되어 이런 방식이 다른 분야 아이디어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시상은 전 분야에서 창의성이 높은 것을 뽑기 때문에 이렇게 전체 아이디어를 짧게 발표하는 방식은 아주 효과적이다강당에는 참가자 20심사위원들그리고 인솔 과학 교사들로 이미 꽉 차 있다발표는 참가자 두 명이 번갈아 가면서 PPT로 내용을 설명한다강당을 꽉 채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고교생 참가자에게는 결코 쉬울 수가 없다하지만 대부분아니 모든 팀이 막힘이 없다. 그 동안 준비를 잘한 것도 있지만 나름대로 본인들 연구에 대한 자신감도 있어 보인다그런 당찬 모습들을 모든 고등학교에서 볼 수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완벽한 장밋빛이다.

 

(본선 1차 단계, 아이디어 발표는 모든 심사위원과 참가 팀 앞에서 5분간 연구 아이디어 발표로 시작된다.)

 

 

점심 식사 후, 본선 2차 심사인 토론 발표가 시작된다 발표 방식은 여느 대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이다 분야별로 네 개 팀이 한 공간에 모여 발표하고,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다심사위원들의 질문은 마지막에 하고 먼저 발표팀들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이 오간다질문과 답변의 수준을 보면 어떤 팀이 우수한가가 금방 눈에 보인다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말처럼, 참가자들끼리는 서로의 연구 과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등학교 내에서의 탐구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서로 잘 알고 있는 고교생들 사이의 질문은 상당히 날카롭다모든 참가자는 도착 즉시 건물 1층에 자신의 연구 결과물 발표를 위한 쇼케이스를 전시한다그곳에서 상대 팀들의 연구 내용을 미리 볼 수 있다참가자들은 그곳에 들러서 상대 팀들 주제를 익히고 질문을 미리 준비한다실제 실험을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질문과 답변들이 오간다. 질문들은 날카롭지만 결코 무례하지 않다

심사위원들의 질문보다 다른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게 더 어려웠어요. 심사위원들은 주로 주제의 독창성을 평가하는데, 다른 참가자들은 실험 방법 같은 구체적인 부분을 물어보니까요.

이러한 후기를 보면 참가자들 간의 질의응답이 단순히 주제의 참신성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 연구의 실제 진행 방식과 내용을 검증하는 데도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처음부터 이 방식을 제안한 위원장의 깊은 통찰이 대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본선 2차 단계, 토론발표는  20 분간 참가팀간 연구에 대한 토론과  10 분간의 심사위원 질의응답으로 진행된다.)

 

쇼케이스 발표 심사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우리 팀이 만든 것이 연구 결과물 발표 때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준비하는 내내 마음을 졸였어요.

대상 수상팀의 한 참가자가 한 말이다.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발표, 쇼케이스 발표, 연구 결과물 발표 심사였다사람 키만 한 보드에 연구 내용을 정리해 붙이고, 그 앞에는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물건이나 모형을 전시했다커다란 홀에는 20개의 쇼케이스 보드가 줄지어 서 있고, 심사위원들은 이를 차례로 둘러보며 전시물을 살펴보고 질문을 던진다공정성을 위해 각 쇼케이스 앞에서 심사위원들이 머무는 시간은 동일하게 조정되었다쇼케이스 앞에서 진행되는 질문과 답변은 단순해 보이지만, 연구와 관련된 많은 것을 검증하는 중요한 과정이다각기 다른 분야의 20명 심사위원들이, PPT 발표나 구두 발표와는 달리 직접 제작된 전시물을 앞에 두고 참가자들과 1:1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이를 통해 연구 주제의 탄생 배경과 실험 과정 등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다앞선 발표가 연구 내용과 방법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었다면, 마지막 쇼케이스 발표는 참가자의 호기심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본선에 오른 20개 팀의 연구 주제는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어떤 팀은 완벽한 데이터를 확보한 반면, 아직 연구가 미완성된 팀도 있다그러나 본선 발표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준은 예선과 마찬가지로 ‘고교생다운 창의성’이다쇼케이스 발표는 연구 얼마나 ‘고교생다운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말을 더듬는 참가자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과학에 대한 열정까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전시물은 연구 주제와 연관된 모형, 시제품, 실험 도구 등으로 구성된다움직이는 원리를 기반으로 한 연구라면, 현장에서 실물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러나 시제품이나 모형은 특성상 중요한 순간에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이럴 때 참가자들은 크게 실망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를 결정적인 문제로 보지 않는다쇼케이스 발표의 핵심은, 예선을 통과한 ‘고교생다운 창의성’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있다. 비 연구가 미완성 상태라 해도, 아이디어만 뛰어나다면 충분히 보완하고 발전시켜 완벽한 작품으로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선 3차 단계, 쇼케이스 발표는 실제 연구한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시상식은 마음 졸이는 시간이다.

이제 시상식의 하이라이트, 대상 발표를 하겠습니다. 대상 시상은 한화그룹 부회장님께서 직접 진행해 주시겠습니다.’

2박 3일 동안 점점 고조되던 긴장이, 시상식의 이 순간 절정에 달했다은상과 금상이 발표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최고의 영예인 대상과 동상뿐이다대상 팀의 이름이 발표되는 순간, 짧은 정적이 흐르고 곧이어 ‘야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예상치 못한 대상 수상에, 팀원 세 명은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다

 

1회 한화사이언스챌린지의 대상 수상은 큰 의미를 가진다어떤 아이디어가 최고상을 받는가에 따라, 앞으로 대회가 추구할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고교생다운 창의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참가 학생들은 물론 20명의 과학 교사들도 집중했다대상 발표 직후, 2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모두가 놀란 순간이었다더욱이 대상팀의 소속 학교가 발표되자, 강당의 정적은 곧 가벼운 웅성거림으로 바뀌었다 학교는 광주 금호고, 일반 고등학교였다. 과학고, 영재고, 자율형 사립고 등 100여 개의 경쟁 학교를 제치고, 일반고 학생들이 제1회 대회의 최고상을 거머쥔 것이다시상 직후, 대상팀은 강당에서 연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그들의 연구 주제는 ‘적정기술을 적용한 놀이형 정수기 개발’이었다아이들이 폴짝폴짝 뛰어 노는 트램펄린에 정수기를 달자는 아이디어다아프리카에서 물을 긷는 고된 노동을 하는 아이들도, 트램펄린에서 뛰어 놀며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도록 하자는 연구 제안이었다.

 

대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심사회의는 시상식 전날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무려 2시간 동안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팀은 소속 학교를 모르는 상태에서 심사가 진행되었다각 분야에서 상위 팀을 선정하고 대상금상은상 후보팀을 2배수로 추렸다창의성의 핵심인 SUN(Special, Unique, New)에 맞는 주제는 놀이형 정수기 였다하지만 기계 전공 심사위원이 그 실용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펌프 형태로 접이식 생수통을 사용했는데 그게 과연 몇 번이나 사용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그러자또 다른 심사위원이 사용하려는 필터의 경제성에 대해 걱정된다는 의견을 냈다심사위원들 간에 긴 토론이 이어졌다사이언스 챌린지의 기본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위원장은 칠판에 단 한 문장을 적었다

 

어른 흉내 내지 않는고교생다운 창의성

 

결론이 내려졌다. 실용성과 경제성은 어른들, 이 기술을 상용화할 기업들이 해결할 문제였다드디어 대상이 결정되었다과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것일까? 이런 의문은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다대회가 열린 지 1년 후, 하버드대 학생 4명이 낸 아이디어가 해외 언론에서 화제가 되었다. 축구공 내부에 발전기를 장착해, 공을 차며 놀다 보면 전기가 생산되는 기술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결국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졌고,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이를 축하하며 주목했다트램펄린에서 뛰어 놀면서 깨끗한 물을 얻겠다는 것과 공을 차면서 전기를 만들겠다는 두 아이디어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첫째둘 다 처음 들어본다는 점이다둘째두 아이디어 모두 지구촌을 위한 따뜻한’ 발명이라는 거다미국 하버드대의 전기 발전 축구공 이야기를 듣고 적어도 사이언스 챌린지가 창의성을 검증하고 장려하는 방식을 제대로 만들기는 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아 있다 대회 앞으로 ‘젊은 노벨상’을 위한 새로운 과학교육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다음 대회에서도 이런 기조가 유지되어 창의성을 격려하는 효과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을까 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시상식은 대회 심사위원 뿐만  아니라 한화그룹 임원이 시상에 참여한다. )

 

 

등학생다운 창의성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하.

대상 수상팀이 일반고 학생들이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2011년, 제1회 대회 시상식을 마치고 돌아가던 한 고등학교 과학 교사가 남긴 말이었다.

저희 심사위원들도 1등 팀을 결정한 후 소속 학교를 확인해 보니 일반고였어요.

심사는 전 과정에서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아이디어만으로 평가가 이루어졌다. 대상 수상팀이 일반고라는 사실에 심사위원들은 다소 놀랐지만, 운영위원들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성적이 뛰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노벨상을 받은 존 거든은 고교때 과학성적이 제일 바닥이었지 않았는가? 1회 대회의 심사 기준, ‘고교생다운 창의성’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해야 했다심사위원들에게 못이 박히도록 창의성을 강조했다다행히 그 뜻을 잘 이해해 주어서 해당 주제에 대한 관련 논문특허 등을 샅샅이 조사해서 공유해주었다이런 사전 검증 작업은 독창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이런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을까? 2회, 3회 대회에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먼저 2, 3회 대상 내용을 보자.

 

2회 대회의 대상은 ‘새로운 방식의 풍력발전기’가 차지했다일반적인 풍력발전기는 선풍기처럼 수직형 구조로 되어 있어, 앞뒤로 바람이 불면 날개를 돌리면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하지만 이 팀의 아이디어는 바람이 위아래로 불어도 발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었다도심의 회오리바람이나 토네이도는 바람이 상하로 분다그때도 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거다처음 들어보는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었다쇼케이스 발표에서 한 심사위원이 참가 학생에게 물었다.

실험보고서를 보니 풍속을 변화시켜서 발전량을 보았는데 다니는 고등학교에 바람 속도를 변화시키는 풍동이 있어요없다면 그 실험을 어떻게 했?

간단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질문이었다대답이 궁금했다참가자 고등학생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수줍게 대답한다.

희 고등학교에는 풍동이 없고요대신 아버지 용달차에 이걸 싣고 차의 속도를 변화시키면서 시골길을 달렸어요.

풍동이 없어 용달차를 이용했다는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이 정도 열정이면 무엇을 못하랴 싶었다최종 결선에서 풍력발전기가 선정되었다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필수 요소라면,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는 고교생다운 호기심과 열정 역시 필수적이다1,2회 대회를 거치며 대회의 방향성과 심사 기준이 점차 확립되었다.

 

3 대회 대회의 대상은 ‘울음소리를 활용한 귀뚜라미 성장 촉진’ 연구였다내용이 참신했다번데기를 먹던 우리의 배고픈 시절처럼 귀뚜라미도 곤충 식량으로 쓸 수 있다면 저개발국의 미래 식량이 될 수 있을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던 중 밤중에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다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짝짓기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이를 자주 들려주자 짝짓기 횟수가 증가하며 개체 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주위에서 관찰한 내용을 아이디어로 발전시킨 창의성의 대표적인 사례다이 아이디어가 대상으로 추천되자 일부 심사위원이 반대했다

아니식량을 해결하려면 유전자를 이용한 품종개량 연구뭐 이런 걸 해야지 귀뚜라미가 무슨 식량이 된다고 이걸 1등 상을 줍니까.

토의는 다시 길어졌고, 운영위원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사이언스 챌린지의 목표를 재확인했다이번에도 위원장의 구호가 힘을 발휘했다.

어른 흉내 내지 않는 고교생다운 창의성

식량 해결에는 첨단기술인 유전자가위 기술을 사용해서 품종개량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맞을지 모른다하지만 그건 어른 연구다고등학생은 아직 그런 기법을 배우지도쓰지도 못한다고교생 눈높이에서는 귀뚜라미가 최고의 창의성이다. 1등 대상으로 귀뚜라미 짝짓기 늘리기가 선정되고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서 UN에서 지구를 위한 과학 리스트가 발표되었다. ‘곤충 식량을 개발해서 저개발국 식량으로 사용해야 한다.’가 주요 과학 이슈로 선정되었다고등학생의 귀뚜라미 아이디어를 UN이 인증해 준 셈이 되었다

 

1회 대회에서 ‘트램펄린에서 뛰어 놀며 먹는 물 만들기’가 대상으로 선정되자 사이언스 챌린지를 보는 눈들이 달라졌다. ‘사챌에서는 아이디어만 좋으면 된다’는 말이 고교생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 2, 3회 대회에서 수평식 풍력발전기와 귀뚜라미 늘리기 같은 독창적 아이디어가 나오자대회 운영진은 안도했다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생겼다. 2, 3 대회에서도 어느 고등학교인지 모르고 1등 대상을 선정했다결정 후 확인해 보니 소속 학교가 모두 과학고자율형 사립고였다이렇게 변한 이유는 단 하나다. 1 대회에서 고교생다운 창의성’이 심사의 핵심임을 파악한 특목고자율형 사립고들이 챌린지 연구의 방향을 창의적 아이디어’에 두기 시작한 거다이러한 변화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한화사이언스챌린지 목적이 단순히 창의적 아이디어를 선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런 방향으로 고교 과학교육이 바뀌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어른 흉내 내기 연구’에서 ‘고교생다운 창의적 연구’로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고교 과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과학고가 창의적 사고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보는 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이런 식으로 조금씩 바뀐다면 젊은 노벨상’ 후보가 주르르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여기에는 과학 교사의 역할이 크다.

 

( 과학교사들과의 면담은   대회의 목표를 알리고 참여를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

사이언스 챌린지의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참여 고등학교들의 과학교사를 매년 만났다대회기간 동안 2시간 정도 면담시간을 별도로 가졌다왜 그렇게 고교생다운 창의성’에 중점을 두는 지를 설명했다더불어 실제 고등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대회준비가 이루어지는지대회참여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직접 들었다현장에서의 목소리는 대회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무엇보다 운영위원들이나 참여 과학교사나 모두 선생들이다제대로 가르쳐보고 싶은 초심들이 모두 있다매년 실시한 교사와의 면담은 고교생들의 연구주제를 확연히 바꾸었다다른 대회에서 흔히 보던 어른 흉내 내는 연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사이언스 챌린지에서는 엉뚱한 아이디어가 환영받는다.’는 소문이 고교생들 사이에 퍼진 것은, 운영진에게 더없이 반가운 일이었다.

 

더 좋은 소식이 있다대학 입시에서도 창의적 인재를 우선 선발하기 시작했다이제 사이언스 챌린지가 피워놓은 불쏘시개가 대학 전형에도 도움이 되면서 고등학교 과학교육에 제대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대학입시도 챌린지 대회처럼 창의인재를 뽑는다.

노벨 과학상은 우연히 탄생하지 않는다. 그 상을 받을 만한 후보자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 , 창의적인 과학교육이 일부 특수한 고등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고교에서 일상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그렇다면, 고등학교 교육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교육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연 대학 입시다

 

대학들도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분명한 사실이 있다.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 반드시 대학 졸업 후에도 높은 성취를 이루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즉, 졸업 후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명확히 선택하고, 그 분야에 대한 흥미가 높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경향이 뚜렷하다대학들은 이러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새로운 입시 전형을 도입했다. 그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스스로 탐구하고 도전하는 고교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이다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에 깊은 관심과 반짝이는 호기심을 가진 창의적 인재를 뽑겠다는 거다이러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비해, 모든 고교생은 3년 동안 ‘탐구활동’을 수행한다탐구활동은 본인이 관심 있는 미래 직업진로분야와 관련 있는 교과 관련 활동을 고교 내내 한다탐구활동은 과학 실험이 될 수도 있고, 해당 분야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탐구활동의 핵심은 바로 학생의 호기심과 창의성이다한마디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3년간 모든 과목과 연관시켜서 하는 거다그걸 교사가 학생부에 기록한다. 3년간 이 학생이 무슨 활동을 어떻게 했는 가의 기록을 대학 입시 사정관이 본다무얼 볼까

 

학생부종합전형이 추구하는 바는 간단하다본인의 관심 분야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뭔가 해보려는 학생인가이다깊은 호기심’그건 창의력의 다른 이름이다, 뭔가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은 학생은 두뇌가 창의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노벨상을 받은 존 거든을 보자그는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그런 학생이니까 대학에서도 그 길을 깊이 파고 들었고 결국은 개구리를 올챙이로 만드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노벨상을 탔다정리해 보자

 

대학은 자기 분야에 호기심 많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고교생을 뽑으려고 학생부 종합전형이라는 입시제도를 만들었다그러한 전형에 맞추어 고교에서는 3년간의 탐구활동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한다그 학생이 어떤 분야에 흥미를 가지고 어떤 독창적인 활동을 했는가 가 주 기록 내용이다, 학생이 얼마나 호기심이 많고, 주도적으로 탐구하는지를 기록하는 것이다탐구활동은 고교생이 미래 진로를 향해 호기심 많고 독창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이는 한화사이언스챌린지가 강조하는 ‘고등학생다운, 어른 흉내 내지 않는’ 탐구활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사이언스 챌린지 대회 준비 과정 자체가 올바른 탐구 활동이며, 동시에 학생의 창의성을 입증하는 활동이라는 뜻이다고교생들이 좋은 대학을 가려는 현실적 목표와 창의적인 인재를 뽑으려는 대학 목표를 사이언스 챌린지 대회가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는 거다.

 

사이언스 챌린지 대회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하며, 이것이 고교생의 진로 탐색과 창의성 발달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그 사실은 사이언스 챌린지에 지원하는 고교 팀 숫자에서도 볼 수 있었다. 2018년 사교육 경감 대책의 하나로 수학 올림피아 등 국가주관이 아닌 교외대회 수상실적은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도록 바뀌었다 영향으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일부 고교 경진대회는 폐지되었다. 또, 코로나 여파로 인해 학생들이 대면으로 모여 연구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한동안 어려웠다. 그러나 사이언스 챌린지 참가 고교 수는 2021년을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다이는 이 대회가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고교생의 대입전형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을 고교생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물론 지원 고교 팀의 숫자가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이런 사실을 적극적으로 고등학교과학 교사에게 홍보하는 대회 운영진의 노력이 크다또한 필자가 7년간 맡았던 운영 위원장이란 무거운 짐을 대신 짊어진 윤제용 교수(3대 운영위원장서울대학생물공학부)의 경진대회 확장 노력대회 목표인 ‘Saving the Earth목표에 가장 근접한 적정기술을 연결하는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한화사이언스챌린지 대회는 이제 1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한국의 젊은 노벨상’은 고교생다운 창의성과 어른흉내 내지 않는’ 독창성에서 나온다고 믿고 운영진은 그렇게 대회를 끌고 왔다그 동안 6,800개 팀, 14,000명의 미래 노벨상 후보들이 ‘Saving the Earth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대회 수상자들이 하나둘 이공계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다이제, 정말 듣고 싶다. 한국의 노벨 과학상 수상 소식을그것보다 더 듣고 싶은 게 있다아니지난 14년간 이런 대화를 듣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와너 그 아이디어엉뚱하지만정말 재미있는데내가 과학 교사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거야나중에 대학가서 식물 광합성을 제대로 연구해보고 싶다고 했지이 아이디어를 거기에 써먹으면 되겠다잘 됐다그래학생부에 쓸 탐구활동 3년 계획 한번 잘 만들어봐그리고 나중에 대학 갈 때 대학 입시사정관에게 네 꿈을 당당히 설명해 봐아마 1순위로 뽑아 줄 걸그리고어때사챌에 한번 내 보지 않을래? 거기는 아이디어만 참신하면 4천만 원 상금 주고유럽 대학 탐방도 보내준다고 하던데한번 도전해 봐그리고너 세상일 진짜 모르는 거다나중에 네가 노벨상 받으면, 나 모른 척하기 없기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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