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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교수의 바이오 스토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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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수필 모음, 출판도서 목록/(5)개인 발간수필모음21

고교생의 진로를 찾아주자: 탐구 활동 (사이언스 챌린지) 고등학생에게 대학입시는 그들의 진로이자 직업이자 꿈이다.  눈이 반짝반짝이는 고교생을 보는 건 신나는 일이다. 반면 모든 것이 귀챦고 오직 휴대폰에 머리 처박고 있는 청소년을 보는 건 괴로운 일이다. 지난 14년동안 고교 과학경진대회인 '한화사이언스 챌린지'에 운영위원, 위원장으로 참여했다. 많은 고교생을 만나니 조금씩 보인다, 그들의 희망 뒤에 숨어 있는 두려움들이. 그래, 희망을 가져보자. 그들이 한국의 미래다. 경제력 10위 대한민국에 노벨과학상은 우르르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고교생에게 '학생부 전형'이란 대입방식이 있다. '3년 동안 내 미래진로 분야를 이렇게 준비하고 확인했습니다"라고 대학입시 사정관에게 학생부기록을 보여준다. 학생부는 담당교과목 교사가 작성한다.학생부 기록중의 하나는 3년동안.. 2025. 3. 25.
[수필 17] 끝까지 간다 끝까지 간다.영화 ‘끝까지 간다’는 평범한 형사에게 생긴 우연한 사고가 점점 꼬이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가 갑자기 생각난 이유는 안동발 청량리행 막차 KTX에서 목격한 일이 영화제목을 너무 닮아서이다. 안동을 21시 25분에 출발한 열차는 금요일 저녁답게 빈 좌석이 없이 꽉 차 있다. 하지만 밤늦은 열차인지라 기차 내부는 오히려 낮보다 조용했다. 한 시간을 이어온 정적을 깨는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내 앞의 앞 창가 좌석의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큰 목소리가 울리고 한 두 마디 더 이야기하더니 벌떡 일어난다. ‘그래도 꼴통은 아니네’. 휴대폰을 들고 일어서는 그를 보고 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창가 측 좌석인지라 그 남자가 밖으로 나가려면 옆 좌석 사.. 2024. 9. 25.
[수필 16]: 솔잎의 공중부양 마술쇼에서  사람이  누운 채로  붕 뜨는 것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덩달아 떠오른다.  하지만  그건 마술 속 다른 사람 이야기다. 내가, 원하지 안 했는데도, 몸이 공중에 떠 있는 순간의 기분은, 좋기는커녕,   '이젠 죽었구나' 라는 극심한 공포다. 그런  공중부양의 공포를 맛본 건  분당 중앙공원 돌계단에서다.  가을의 절정에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걷는 길에 낙엽들이 많다. 평지 낙엽은 낭만이다. 밟고 걸었다. 내리막길 낙엽은  지뢰다. 내리막길을 피해 돌계단을 택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돌계단에 발을 내려놓는 부분은  낙엽이 전혀 없었다. 다만  계단 뒷 쪽, 앞발이 안 닿는 곳에는 솔잎이 조금 쌓여있었다. 이 정도면 위험은 없어 보였다. 돌계단의 돌 부분에 오른발 앞쪽을 디디었다. 착 달라.. 2023. 11. 19.
[수필 15] JYP 공연 관람 후기 ‘역시 아이돌 얼굴은 아니군’ 무대에 막 뛰어나온 박진영을 코 앞에서 보고 중얼거린 말이다. 20년 전 처음 JYP가 TV에 나왔을 때 술자리  동료가 소리쳤다. “이것 좀 봐. 이상한 애가 나왔어”, 그 뒤로 그 친구는 JYP 열성팬이 되었다. 이유를 물었다, 답이 간단했다. ‘문어 같쟎아, 춤 추는게’  JYP공연 티켓으로 생일선물을 퉁치자고 애들을 꼬드겨서 받아낸 입장권이다. 잊어 버릴세라 꼭 쥐고 찾아간 곳은 올림픽 공원 내의 돔 공연장이다. 바짓가랑이 사이로 찬 바람이 씽씽 들이치는 세밑 한파다. 그런데도 안은 이미 후끈후끈하다. 꽉 찬 강당 사람들 속의 우리 모습은 영락없는 ‘군계이학(群鷄二鶴)’이다. 주위 평균나이는 우리의 반도 안 될 정도다. 아바타 영화를 10번을 볼 정도로 비싼 티켓에 .. 2022. 12. 24.
[수필]14.필리핀 엘리스 이야기 필리핀의 알리사 이야기 인하대 생명화공학부 김은기 알리사는 세 남매의 엄마이다. 작달막한 키에 까무잡잡한 그녀가 오는 시간은 아침 일곱 시. 굿모닝이라는 아침인사와 함께 대문을 들어서는 그녀의 발걸음이 가볍다. 산 아래 동네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십 여분 오르느라 숨이 차다. 가쁜 숨을 고르며 메고 온 작은 가방을 벗어놓고는 부엌일을 시작한다. 알리사는 내가 머물고 있는 하숙집의 가정부이다. 이 하숙집은 삼층 건물로 산비탈에 위치한 다른 집들보다 큰 편이라 눈에 잘 띈다. 이곳 산비탈에는 백 여 채가 넘는 집들이 각각의 모양과 색깔을 가지고 저 멀리 떨어진 건너편 산비탈을 마주보고 있다. 이들 집들은 대부분 필리핀 부자들의 별장이다. 산 중턱을 가로 지르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이곳의 출입구는 제복차림의 경비.. 2014. 2. 26.
[수필: 티벳이야기] 티벳에서 만난 사람들(3) 티벳에서 만난 사람들 (4) 운전사 장씨 이야기  인하대 생명화공학부 김은기  우리가 장씨를 만난 것은 숙소에서 사일이나 기다린 후였다, 우리라 함은 티벳 지역에서 연구샘플을 모으려는 나와 중국연변에서 온 K박사, 그리고 그의 제자로 통역의 역할을 하려는 L 이었다. 우리의 일정은 티벳의 수도인 라사에서 일부 연구샘플을 얻고 나머지는 수도를 떠나 외곽의 지방도시로 삼,사일 다니면서 구하는 것이었다. 쉽게 자동차와 운전기사를 구하리라고 생각했지만 터무니 없이 비싸게 부르는 몇 팀을 제외하고 나니 이제는 정말 갈 수 있을까 할 만큼 이곳에는 차량이 적었다. 비좁은 숙소에서 사일을 기다린 후에 겨우 떠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행이었다. 어서 빨리 다녀와서 여행을 마무리지고 싶을 만큼 이곳의 고소증은 내.. 2014. 2. 17.
[수필]13.죽어본 사람 인하대 생명화공학부 김은기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료로부터 전화가 왔다. 혹시 L사장에게서 무슨 연락이 없었냐고 하는 것이다. 벌써 며칠째 핸드폰도 꺼진 상태이고 그의 부인 핸드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회사에는 본인이 연락 할 터 이니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는 전화만 왔었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우리가 알던 평상시의 그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이었다.  L 사장은 키가 180을 훌쩍 넘는 거구이다. 그의 체구만큼이나 큰 목소리와 커다란 이목구비의 얼굴을 보노라면 모래사장에 우뚝 선 씨름선수를 연상케 한다. 지방에서 태어나서 그곳의 대학을 거치고 그곳의 공장에 입사하여 처음부터 뼈가 굵은 현장 통이다. 입사하여 계속 그곳에서 근무하면서 공장장까지 지내고 그런 경우로는 드물게 사장으로 발탁 될 수 있었.. 2014. 2. 7.
[수필]12.梨花에 月白하고 梨花에 月白하고   “이화에 월백하고......”   J가 운을 띠자 시끌벅적하던 자리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침묵은 다음 구절을 강요하고 있었다.   “은한이 삼경일제......”   어느 구석에선가 들러오는 답에 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온다. 답의 근원지는 구석에 앉아있던 P이다. 자리는 또 다시 정적이 흐른다. 흡사 처음 운을 던져놓은 과거시험 같은 팽팽한 분위기가 좌중을 압도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한 건 늘 사람을 웃기던 K이다. 분위기는 삽시간에 흐트러진다. 이곳저곳 에서 이런 말, 저런 구절을 계속하여 읊어대지만 웃음만을 자아내는 엉뚱한 소리들이다. 실없는 답을 한 친구들에게 막걸리를 한잔씩 벌로 안긴다. 그리고는 고.. 2013. 12. 31.
[수필]11.이웃사촌에의 꿈 *****************이웃사촌에의 꿈******************* ‘덜커덩’ 엘리베이터가 일층에 멈추는 소리에 문득 정신이 든다. 문을 무심코 나가려는 순간 두고 온 휴대폰이 생각나서 다시 15층을 누르려 하자 어느새 들어왔는지 젊은 부인이 15층을 누른다. 15층을 누르는 수고를 던 나는 다시 벽에 기댄다. 처음 보는 사람이다. 처음 볼 수밖에 없다. 여기는 복도식 아파트라 한 층에 열다섯 세대가 있다. 이곳에 이사 온지가 얼마 안 되기도 하지만 설사 오래되었다 해도 한 층 열 다섯 세대의 사람을 알기는 힘들다. 갑자기 조용해진 엘리베이터에서 모르는 두 사람 만이 있는 경우는 공연히 거북스럽다. 누군가 나와 같은 경험을 하고 그나마 짜낸 아이디어가 벽에 거울을 붙인 것이리라. 엊그제 등산.. 2013. 12. 18.
[수필] 10.뮤초그라시아 뮤초그라시아 ‘뮤쵸 그라시아라’는 말은 ‘대단히 감사합니다에 해당하는 스페인어이다. 또한 이 단어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스페인 단어이기도 하다. 스페인어 지역을 다닐 일이 있을 때 꼭 한번은 써보리라 하고 입으로 중얼거린 말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잊어버리려고 해도 잊어버릴 수가 없는 단어가 되어 버린 것은 그 사건이 있은 후였다. 머무는 호텔에서 택시로 십분 거리에 있다는 스페인 역사관을 찾은 것은 바쁘게 돌아가던 일정이 끝난 일요일 오전이었다. 아시아 및 미국, 유럽 등에 대해서는 보고 들은 것이 조금은 있는 것 같지만 스페인이란 나라는 투우밖에 떠오르지 않는 무식함에 머무르고 있었다. 별로 내켜하지 않는 동료를 가까스로 달래며 도착한 곳은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허름했다. 큰 길 뒤편의 조그마한 출입.. 2013. 12. 6.
[수필] 9. 맹인의 윙크 맹인의 윙크 사서 고생을 하고 있구먼. 투덜거림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몇 번을 물어서 왔는지 모른다. 일행과 함께 찾아간 곳은 싱가포르 외곽에 있는 야시장이다. 후덥지근한 날씨는 저녁이 되어서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울 한여름 밤의 끈끈함이 피부에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제일 싫어하는 날씨이다. 유난히 땀이 많은 나에게 적도의 바로 밑에 있는 싱가포르란 나라는 도무지 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던 곳이기도 하였다. 한국은 시원한 겨울인데 여기까지 와서 웬 고생이람.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기는 나도 예외는 아닌듯하다. 서울의 추위가 아파트의 수도를 얼어 터트릴 때에는 뜨끈뜨끈한 열대의 나라에서 반팔로 활보하면 어떨까 하곤 했다. 마침 하고 있는 연구와 관련된 학회가 개최되는 곳이라기에 발표를.. 2013. 11. 27.
[수필] 8. 동아리와 클럽 동아리 행사가 있다고 떠밀리다시피 학교 뒷골목으로 향한다. 동아리. 예전 대학시절에는 써클이라고 불리웠던 이 단어는 말의 느낌이 좋다. 흡사 둥지에 올망졸망 짹짹거리는 새끼 새들의 모습이 떠 오른다. 학교의 뒷문에는 정문보다는 작지만 그럴듯한 교문이 서있다. 그앞 도로를 건너자마자 좁은 골목들이 늘어서 있다. 신촌이나 대학로 같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오밀조밀한 캠퍼스촌은 늘 학생들로 붐빈다. 나이가 좀 든 대학원생보다는 이제 막 들어온 신입생들이 주로 눈에 띈다. 더구나 지금처럼 학기초에는 좁은 골목에서 어깨를 부딪치면서 지나가야 할 만큼 북적거린다. 제일 많이 띄는 집은 먹고 마시는 집이다. 이런 집들이 몰려있는 지역이다 보니 이곳은 근방의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먹자골목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에 금요일,.. 2013. 11. 21.
[수필7]007과 Physical Chemistry- 졸업20주년의 夢想 007과 Physical Chemistry- 졸업20주년의 夢想  32회 김은기 (인하대 화공.고분자.생물공학부 교수)  아래 두장의 사진을 보자. 한 장은 1978년 2월 졸업기념으로 옛날 공릉동 화공과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이고 또 한 장은 1999년 2월 졸업 20주년 모임으로 서울 미도파 빌딩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보노라면 20년이란 세월 앞에서 그냥 망연자실할 뿐이다. 이제 모든 고육(?)이 끝이 났고 이제는 학교의 report, 시험 걱정 안하고 즐거운 사회 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희희낙락하던 위 사진의 청년들이 이제는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45세의 중후한 중년으로 변했으니 밀려오는 세월의 무게에 그저 가슴이 서늘할 뿐이다. 20년만에 우리들은 그렇게 만났고, 서로 지나온 세월을 확인했고.. 2013. 11. 16.
[수필 6]태국 사람들, 한국의 겨울 한국의 겨울 1월의 인천공항은 북적거리고 있었다. 무엇을 하러간다기보다는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 자체가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어수선한 공항을 나 혼자 도망치듯 바삐 빠져나간다는 듯 한 착각이 들만큼 새해벽두부터 생명공학분야는 줄기세포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가짜 논문을 작성한 황 교수의 모습은 착실히 앉아서 연구를 하기보다는 외부로 나돌아다니는 로비위주의 많은 연구자들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이라는 사실에 새삼 나를 둘러본다. 내가 저런 상태에 있다면 일부러는 아니겠지만 저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장담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께도 그런 경우이다. 대학원생에게 몇 년전에 발표한 논문에 사용했던 균을 찾으라하니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마도 몇.. 2013. 3. 22.
[수필: 티벳이야기] 티벳에서 만난 사람들(2) 티벳에서 만난 사람들 (2)......................................................배낭을 멘 사람들 이제 티벳에 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수도인 라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가격에 맞는 차량을 물색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사이 나의 머리를 짓누르던 고소증은 조금씩 없어져서 이제 계단을 올라도 숨이 덜 차게 되었다. 계단에서 고소증으로 쓰러지던 기억을 벌써 잊고 더 높은 지역인 5000m 의 고산지역인 외곽으로 나가려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은 나쁜 기억은 어쨌든 잊어버리고 살게 되어 있나보다. 원래의 목적인 이 곳 천연약재를 얻는 계획은 이곳 수도에서는 대부분 완료되었고 이제는 외곽으로 나가서 재래시장을 찾아야 할 순서인 것이다. 하지만 고소증 대신 .. 2013. 3. 22.
[수필: 티벳이야기 ] 티벳에서 만난 사람들(1) (티벳 수도 라사 언덕의 포탈라궁/ 생뚱맞게 광장에 서있는 중국정부 승전탑/ 조캉사원의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는 사람들)    티벳에서 만난 사람들 (1) ---땅에 엎드린 사람들.                         비행기상공에서 바라본 티벳 땅은 짙은 황토색으로, 나무라곤 별로 보이지 않는 척박한 모습이었다. 산 중간 중간 보이는 곳에 마을이 올망졸망 모여 있고 그 사이로 유채 꽃밭이 노란색으로 알알이 박혀있다. 인천 공항을 떠나 북경에서 하루, 그곳에서 티벳 여행에 필요한 서류를 받고 중간 기착지인 성도를 거쳐 티벳 수도인 라사의 외곽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경이었다. 웃음을 머금고 반기는 사람은 K교수. 이곳 티벳 지역의 고산식물에서 유용한 소재를 찾고자 공동연구 하기로 하고 처음 찾는 .. 2013. 3. 22.
<5>전화기 좀 빌려... 아들만한 아이가 전화기를 빌려달란다. 친구에게 급히 연락을 해야 하는데 밧데리가 떨어졌단다. 짧은 순간이지만 터키의 버스터미널이 생각난다. 지금 전철처럼 그 곳도 왁자지껄, 시끄러운 버스터미널이었다. 터키청년은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일행의 사진을 찍고 있던 나를 유심히 보고 있었나보다. 그가 사진을 대신 찍어줄터이니 버스안에 타라는 것이다. 이건 너무 수가 뻔하다. 가지고 튀겠다는 것이다. 후질그래한 옷차림에 나름대로 위장을 한 건 옆에 둔 여행용 가방이었다. 여행자임을 가장하겠다는 것인데 하지만 뭔가 어설프다. 돌아서서 버스에서보니 역시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어리숙한 여행자를 찾고 있다. 내가 그리 호락호락할 줄 알았냐. 그런데 여기는 서울의 한 복판이다. 이.. 2013. 3. 15.
<4>오지마을 다섯 가구 이야기 (오지마을에서 바라본 진달래 가득한 산)  오지마을 다섯 가구 이야기 “TV에 나온 원조 할머니 집‘ 쓰러져가는 허름한 판잣집, 몇 개의 식기들과 비뚤비뚤 쓰인 글씨가 이곳이 밥집임을 알린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이 깊은 산중에 뜬금없이 부닥뜨린 간판이 생경하다. 서울로부터 차로 다섯 시간의 오지마을. 산 입구에서 걸어서 시간 반. 깊은 계곡과 폭포를 통과하면서  “오지마을”이란  안내판이 심심찮게 눈에 뜨인다. 이윽고 계곡을 질러 넓은 분지가 보이고 다섯 가구가 등산로를 따라서 붙어있다. 오지마을. 수십 년을 수려한 풍경과 아름다운 분지에서 살던 마을이 불과 1년 만에 어떻게 서울 뒷골목으로 변할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곳이다. 다섯 가구가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건 20년 전부터. 다섯 번째 집을 .. 2013. 3. 15.
<3>연탄가스와 고스톱 연탄가스와 고스톱  얼마 전에 중국 북경을 다녀 올 일이 있었다. 여름에 왔을 때와는 달리 겨울의 북경은 매콤한 냄새와 함께 눈이 따갑고 시내 전체가 뿌연 안개 속에 싸여 있었다. 연탄으로 인한 심한 매연이었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허름한 옷차림, 붉은 벽돌의 변두리 집들, 그리고 매콤한 연탄 냄새. 이런 모습은 내가 자랄 때의 동네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연탄은 19개의 구멍을 가지고 만들어져서 흔히 19공탄이라고 불렸다. 대학시절의 자취방은 늘 연탄과의 전쟁터였다. 연탄은 두개를 줄로 세워서 화덕에 넣고 아랫것이 타서 하얗게 변하면 새로운 것을 위에 올려서 갈아야 하는, 말하자면 늘 신경을 써야하는 어린 아이 같은 존재였다. 자취방의 유일한 난방수단인 연탄은 늘 갈아주어야 제대로 화력을 유지하지만 시간.. 2013. 3. 15.
<2>한밤 중의 시외버스 밤이 제법 늦은 시간. 종점 근처에서 서울로 가는 마지막 시외버스를 서둘러 올랐다. 바깥의 찬 공기에 얼어있던 나에게 차안의 히터 온기는 반가웠다. 최근에 나온 차인지 깨끗한 실내의 차안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죽 늘어선 통로를 지나 맨 뒷좌석에 홀로 자리를 잡았다. 뒷좌석은 약간 높아서 탁 트인 시야를 나는 좋아했고 더구나 야간의 고속도로버스는 운치가 있었다. 퇴근시간에만 타던 버스여서 그런지 자리 가득하던 사람의 모습이 사라진 텅 빈 버스는 마치 한밤중의 빈 강의실처럼 적막하다. 멀리 앞에 보이는 운전석은 칸막이로 가려서 운전사의 뒷머리만 보인다. 늘 틀어놓던 라디오마저 오늘따라 조용해서 낮은 조명의 버스 안은 아늑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오늘은 이렇게 기분 좋은 여행을 하려는가보다. 매일 많은 사람.. 2013. 3. 15.
<1>버스 안에서의 단상 오늘은 아침 출근버스가 삼분이나 늦었다. 쌀쌀한 아침 바람 속에 기다리는 시간이 삼십분은 족히 된 것 같다. 혹시 다른 사람이 내가 툴툴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면 아마도 통근버스를 타는데 몇 십분은 걸리는 거리에서 힘들게 온줄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스가 서는 이 곳 에서도 방금 빠져나온 아파트 창문이 코앞에 보인다. 버스가 서는 곳은 아파트입구의 바로 길 건너에 있다. 버스가 오는 것을 보고 집에서 뛰어나와도 될 만큼 가까운 거리로 먼 길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 다른 사람에 비하면 축복받은 자리이다.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하는 운전기사를 본척만척 자리에 앉는다. 오늘은 아침부터 심사가 편치 않다. 제출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과제의 보고서, 내일까지 보내달라는 논문, 채점해야 되는 시험지등이 머리에서 떠나지.. 2013. 3. 15.